부산문화예술계 미투운동 기록 프로젝트
온라인 아카이브 전시

2018.08.09 [부산일보] 비멤버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 "여성 혐오 만연한 현실… 여성 의제 연결 통로 될 것"


기사제목: 비멤버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 "여성 혐오 만연한 현실… 여성 의제 연결 통로 될 것"


보도날짜: 2018년 8월 9일

 

언론신문: 부산일보

 

보도기자:  강승아 기자 

 

기사원문: 


'안녕하세요. 16세 여중생입니다. 저는 범죄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범죄가 살인이 아닌 도촬이라서 #살아남았습니다. 국가의 보호를 받고 싶습니다. 언니, 잊지 않을게요.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우리는 남아서 우리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우연히 살아남았다. 나의 이야기가 될 일이었다.' '다음 생에도 여자로 태어납시다. 그때는 세상이 바뀌어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행동할게요. 미안합니다.'(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희생자 추모 포스트잇 중)

지난 지방선거 여성 의제 실종
일상 속 문제 정치언어로 옮겨야

가족·사회 의제 '여성'으로 착각
'~맘'만 붙이는 정책 보면 화나

'미투'… 가해자 처벌은 지지부진
학교는 '스쿨 미투' 공론화 막아

다양한 세대 여성 공유의 공간
비멤버 참여로 사회 바꾸고 싶어

공감은 연대로 이어졌고, 연대는 거센 바람이 됐다. 멤버십 없는 멤버들의 연대 '비멤버' 출범 취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양한 세대의 비멤버 회원들에게 비멤버가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유리천장을 깨는 법

변정희(36·여성인권센터 살림 소장)씨=대학 시절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하고 교수 성폭력 대책위 활동을 했다. 사회에선 반성매매 운동 현장 활동가로 일하면서 여성의 일상적인 성적 대상화와 성차별을 목격했다.

올해 초 봇물 터지듯 터진 미투 운동과 지지부진한 가해자 처벌 과정을 보면서 그렇게 오랜 세월 되풀이된 여성들의 외침이 아직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학 사회 역시 10여 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견고한 남성 중심 카르텔이 법과 제도조차 무력화하는 사례는 피해자가 20명이 넘는데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부산대 교수 성추행 사건,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 등 차고 넘친다. 두꺼운 유리 천장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여성 의제가 실종된 지난 지방선거에서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유리 천장'을 또 한 번 실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여성 구청장을 역대 가장 많이 배출하는 등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정작 정계에 진출한 여성들은 여성 의제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피하느라 여성 의제를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여성 문제를 정치 언어로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멤버십을 가지지 않은 멤버들이 정치 네트워크라는 대안적 멤버십을 가져야 할 이유다. 비멤버라는 이름 아래 사회 문제를 정치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맘만 달면 여성 의제? 착각 말라

A(39·문화예술기획자) 씨=다섯 살 딸을 둔 직장맘으로 가족이나 사회적 의제를 여성 의제로 착각하는 정책에 자주 화가 난다. 손주 돌보미 사업을 한자녀 가정까지 확대한 서울의 지원책, 해외 나가 있는 친구가 누리는 더할 나위 없는 육아 지원 정책은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다. 독박 육아의 압박이 너무 심하다. '~맘'만 붙이면 여성 의제인가. 한 진보정당이 마더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 공약을 보고 '엄마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하냐?'고 전화해서 따진 적도 있다. 아이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건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여성 기획자로서는 여성이 기획자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과 여성 관련 문화 기획을 하기도 어려운 게 여전한 현실이다. 여성주의 활동도 개별화돼 있는데 다양한 세대, 다양한 영역의 여성 네트워킹이 되면 다양한 여성 의제를 이슈화하고 정치 세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10대, 20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의제와 여성단체의 여성 의제 사이 시급성의 갭이 크다. 점조직처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모여 여성 의제를 이슈화해야 효과적일 수 있다.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역시 여성 운동가와 여성주의 작가들이 연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양한 세대 소통하는 소중한 기회

김이해(17·청년활동가)씨=스쿨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지만, 학교나 부산시교육청이 공론화를 막고 있다. 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여성 혐오가 만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남성에겐 일상인 것을 여성은 왜 치열하게 투쟁해 얻어야 하나.

혜화역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2차 시위에 참가했는데 여성 의제를 이슈화하는 여성 연대의 힘을 확인한 자리였다. 나는 영 페미 세대. 비멤버는 10대 20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 여성들의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소중한 기회다. 세대 간 여성 의제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여성 의제의 새 플랫폼 비멤버

송진희(36·문화예술계반성폭력연대 활동가) 씨=부산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보지 않고 가해자 징계가 제대로 되려면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직 신고 절차와 피해자 지원 툴도 없는 상황이고 성 평등 교육 의무화 등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 할 것이 많다. 부산시 차원의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특별 대응센터가 마련됐지만, 오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 장기적이고 상시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자신을 갈아 넣는 노동 강도와 열정 페이에 지친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네트워킹하긴 쉽지 않다. 비멤버같은 개인 네트워킹을 통해 여성 의제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방식의 여성운동 모색

정경숙(50·전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씨=2002년 부산대 총여학생회 소속 대학생 2명과 여성인권센터 살림을 설립했다. 돌이켜보면 무식해서 용감했던 일이었다. 성매매, 성폭력 문제는 이론적 분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성매매 여성들이 왜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지 그들과 일상을 나누면서 알아갔다. 2016년 소장 일을 그만둘 때까지 14년간 살림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것 같다. 살림 일을 놓고 나니 여성운동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운동 방식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멤버로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모색하겠다. 비멤버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참여한 사람들의 경험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이나마 바꿔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원문 링크: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8080900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