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예술계 미투운동 기록 프로젝트
온라인 아카이브 전시

2018.04.02 [국제신문] “성폭력 ‘피해자 중심’으로 법률정비 이뤄져야”


기사제목: “성폭력 ‘피해자 중심’으로 법률정비 이뤄져야”


보도날짜: 2018년 4월 2일

 

언론신문: 국제신문

 

보도기자:  안세희 기자

 

기사원문: 


- 2016년부터 반성폭력 운동

- 침묵·가해자 동조문화 경계

- “폐쇄적 부산 환경 고려해

- 시가 실태조사·해법 내놔야

- 개개인의 인식변화도 중요”


“미투 운동이 활발히 전개돼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용기 낸 고백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젠 그다음을 실천해야죠. 국가, 조직, 개인이 각각 바꿔 갈 것이 있다고 봐요. 정부는 피해자 중심으로 법률을 개선하고, 조직과 공동체는 성평등 문화 정착과 문제 발생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추며, 개인은 피해자 공감 능력과 만연한 성폭력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계와 지역의 특성에 맞는 대책도 특히 중요하고요.”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활동가 송진희(36) 씨는 ‘미투 이후’를 강조했다. 변화의 필요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 시각예술 작가이자 강사로 활동해 온 송 씨는 2016년 서울에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 운동이 시작될 즈음 SNS에 ‘부산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페이지를 개설하며 부산에서 반성폭력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의 고발 활동은 지금의 ‘미투 운동’ 만큼 예술계 내 반향을 일으켰으나 부산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침묵과 무관심 상태가 이어지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는 미술계 작가들과 힘을 모았다.


그는 “일단 말을 하는 게 중요하며 시작점이기에 SNS에 ‘발화 아카이브 창구’를 열었다. 익명과 실명으로 모두 사용 가능했는데,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름과 소속을 밝히더라. 직접적 피해 사례는 물론 예술계 일상 속 성차별적 문화나 성희롱 등의 고발도 있었다. 석 달 사이 12건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듬해 활동은 ‘페미광선’이란 이름으로 고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집담회, 캠페인, 부산성폭력상담소와 연계한 의료 지원, 법률 지원 등의 실천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말 일단락됐다. 그러다 올해 2월 ‘미투 운동’이 시작됐고, 송 씨를 포함한 예술인 활동가들이 다시 뭉쳐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를 결성해 운영 중이다.


3년 가까이 반성폭력 운동을 해온 송 씨가 보는 문제 해결의 핵심은 ‘피해자 입장에서’이다.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는 무고,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되기 쉽고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해 신고에 나서질 못한다. 그는 “성폭력상담소 집계에 따르면 법적 승소는 10건 중 2, 3건에 불과하다. 법이 가해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신고율도 낮고,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성범죄의 특수성이 반영된 피해자 중심의 법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개개인의 인식 변화도 각별히 당부했다. “나와 무관한 사람이 피해를 겪으면 함께 분노하지만, 정작 내 옆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게 쉽게 공감해버리는 것을 자주 봤어요. 피해자 고백이 사실이라면, 본인도 방관자가 될 수 있잖아요. 사실 조직의 그 같은 암묵적인 분위기가 피해자에겐 2차 가해이자 크고 깊은 내상으로 옵니다. 침묵과 동조 문화보다는, 피해자 말을 들어주고 함께 서 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조직 차원의 성평등 문화 정착이 선행돼야겠죠.”


송 씨는 서울보다 폐쇄적이고, 고발도 쉽지 않은 환경을 고려해 부산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택, 조재현 사건의 경우 부산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부산시는 수동적으로 정부 지침만 따르고 있다”며 “시가 나서서 예술대학, 예중·예고를 포함한 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활동 내내 가해자가 쉽게 사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개인의 삶이 다치고 희생된다. 타인의 신체를 함부로 대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다. 힘을 이용해 성적으로 해치지 않아야 하고, 남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일상에서 생각하고 익히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고 덧붙였다.


안세희 기자 


원문 링크: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100&key=20180403.22029013755